[2023-13]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안전 기본권을 침해한 정부 - 공공·국방·사회보장 행정, 교육서비스 사례를 중심으로
민주노동연구원2023-08-31 13:01 1688
□ ILO 핵심 협약을 위반 중인 정부?
- 2022년 110차 ILO 총회는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노동기본권에 포함시켰으며, 그에 따라 155호(산업안전보건 협약)와 187호(산업안전보건 증진체계 협약)가 ‘핵심 협약’으로 격상됨. 이에 윤석열 정부는 “노사정이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이 보호받을 수 있는 노동환경 조성에 노력할 예정”이라고 발표. ILO 110차 총회 결의 1주년을 맞아 공공행정, 국방행정, 사회보장 행정, 교육서비스 등 4개 공공부문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가 정부에 의해 보장받고 있는지를 짚어봄.
□ 산업안전보건법의 핵심 규제에서 배제된 공공부문의 4개 산업
- 분석대상인 공공행정, 국방행정, 사회보장 행정, 교육서비스 업종은 한국표준산업분류를 토대로 공공부문으로 분류됨. 중앙정부, 지방정부 교육청 등은 확장일로의 다양한 공공 서비스 수요에 부응하여 4개의 공공부문 산업에서의 일자리 유형과 규모를 계속해서 확대해 옴. 포괄적 명칭으로서 ‘행정’이라고 범주화할 뿐이지 세부적으로 비교해 보면, 민간부문 위험 일터와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단위가 많은 비중을 차지. 공적 서비스의 확장 함께 10년 전과 비교해 산업재해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남.
-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에 차등을 둔 법령이 1993년 처음 시행되었는데, 이때의 규정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음. 그 결과 4개 공공부문에는 산안법의 핵심 규제가 제외된 일부 조항만 적용되는 상황. 이를 담고 있는 조항이 산안법 시행령 제2조 1항의 별표 1 규정.
- 여기서의 핵심 규제란 안전보건관리체제, 안전보건관리규정, 안전보건교육 관련 내용으로 이들 산업에서는 안전보건을 관리, 담당할 관리책임자가 없어도 무방함. 사업주로부터 안전보건 관련 정보를 얻고, 위험 문제를 논의하며, 개선 대책 수립과 실행을 해나갈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개최할 수 없음. 노동자와 관리자는 안전보건교육조차 받을 수 없기에 안전수칙을 인지하고, 이를 준수하는 데에도 한계.
- 정부는 이러한 업종들이 공공부문에 포괄된다는 이유로, 즉 이들 하위 업종 거의 모두가 일반사무나 집행사무처럼 덜 위험하다는 자의적 판단 하에 산안법을 전면 적용하지 않고, 핵심 규제는 제외함. 아이러니는 같은 업무를 하는 민간산업엔 적용한다는 사실.
- 2020년부터 정부가 ‘현업’이라고 지정한 직종은 해당 민간산업 특성에 따라 산안법이 적용되도록 변경. 하지만 공공행정과 교육서비스에서도 극히 일부 직종(청소, 시설관리, 급식)에만 한정됨. 더구나 공공행정 및 교육서비스의 현업과 동일 업무 수행하는 국방행정, 사회보장 행정 노동자에겐 적용 안됨.
- 결국 국가가 직접 관할하는 공적 서비스 생산 지점에서 잘못된 규제와 국가의 책임 회피로 인해 4개 산업은 산안법 핵심 규제에 있어서 공백 상태이며,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위험은 서비스 생산구조의 최말단 노동자들에게 전가됨.
□ 산업별 주요 직종의 안전보건 실태
- 교육서비스(특수교육지도사 및 실무사, 과학실무사, 도서관 사서, 수상안전요원), 공공행정(수도검침원, 방문 간호사, 보건소 간호사, 농작업 대행 농기계 임대 및 수리, 단속 업무 공무직), 국방 행정(병영생활전문상담관) 등 산업안전 위험 직종의 노동안전 실태를 분석함.
- 산업별 주요 직종의 안전보건 실태는, 공공부문이라는 대범주 안에 상시적으로 위험과 마주하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업무들이 있음을 보여줌. 공공부문에 속해있지만, 실제로는 그 내부에 민간부문의 위험 산업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하위 업종들이 다수 포진해 있음.
- 지난 30년간 공공부문이라는 이유로 산안법 적용에 차별을 둔 정부 정책이 4개 공공부문에서의 안전보건 관리가 엉망이었던 결정적 요인임. 이를 통해 산안법 적용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시행령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일 뿐만 아니라, 법령 적용에 있어서 산업별 형평성이 취약하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남.
□ ILO 155호 및 187호 협약의 준수 여부 평가
- 산안법 시행령 별표 1을 통한 공공부문 4개 산업에서의 산안법 차등 적용 실태는 ILO 핵심 협약의 준수 문제로까지 이어짐. 안전보건에 관한 ILO 핵심 협약은 공공부문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4개 산업에 적용되지 않는 산안법 핵심 규제들은 155호와 187호 협약이 사업장 단위에서 반드시 이행되어야 내용임.
- 예를 들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개최할 수 없기에 187호 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자는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체계에 참여하지 못함. 그 결과 155호 협약이 제시한 노동조합 대표의 안전보건 활동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사업주로부터의 안전보건 관련 정보를 취득할 통로가 없음. 사실상 노동조합의 대표권은 부정당함. 산안법 적용 예외 조항인 안전보건 교육과 훈련 역시 핵심 협약의 주요 내용임.
- ILO 협약의 준수 여부를 검토하는 ILO 협약 권고·적용에 관한 전문가위원회는 한국이 2008년에 비준한 155호 협약의 적용 범위를 놓고 이미 2010년과 2015년에 문제 제기함. 즉 산안법 시행령을 통해 특정 산업들을 산안법 적용에서 제외된 사유, 제외시키는 과정에서 노사정이 협의한 방식, 제외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 법 적용 확대를 위한 개선 여부 등을 한국 정부에게 요구함.
-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이 평가할 수 있음. 첫째, 산안법 전면 적용이 배제되고 있는 4개 공공부문에서는 ILO 155호 및 187호 협약 중 사업장 단위 내용이 충분히 관철되고 있지 못함. 155호 협약은 적용 예외 노동자를 최소화하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한국은 광범위하게 예외 산업을 규정하였고, 제외 결정에 합리적 정당성이나 사유를 제시하지 않음.
- 둘째, 155호 협약은 국가 수준에서 노사정이 협의해 적용 예외 노동자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했음에도, 한국 정부는 이러한 절차적 요건을 전혀 준수하지 않음. 일부 직종(현업)을 대상으로 산안법 적용 범위를 확대할 때에도 정부는 노사정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
- 셋째, 155호 협약은 협약 이행 초기 단계에서 적용 제외 노동자 집단이 있더라도, 점진적으로 제외 노동자까지 확대, 적용해야 함을 명시. 반면 한국 정부는 협약을 비준한 2008년 이후 적용 제외된 다수 노동자 집단을 거의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협약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음.
- 절차적, 실질적 차원 모두에서 한국 정부가 안전보건 관련 ILO 핵심 협약을 충분히 준수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움. 지금 상황이 계속 지속된다면, 오히려 위반의 소지가 농후함.
□ 2가지 개선 과제 제시
- ▲ 중장기적으로 안전보건에 관한 ILO 핵심 협약이 공공부문에서 충실하게 이행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적용 ▲ 단기적으로는 노사정 협의 속에 4개 산업 중 산재 다발 직종, 노동자 안전 요구 높은 직종에 우선적으로 산안법이 전면 적용될 수 있도록 현업 직종 확대 등 산안법 시행령 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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